1. 시간 관리 문제 - 백수가 더 바쁘다.

백수가 되면 책도 많이 보고, 외국어도 공부하고, 운동도 하고, 프로그래밍 공부도 하고, 글도 많이 쓰고, 공연도 보러 다니고... 

막 그럴줄 알았는데.. 의외로 바빠서 저런거 할 시간이 없다  -_-; .. 오히려 회사 있을 때보다 더 시간관리가 힘들다. 


회사에 있을 때는 대부분의 일의 우선순위와 수행 일정이 나름 명확했다. 

일과 중엔 회사에 있어야 하고, 퇴근하곤 집에 있어야 하니..;;


예를들어 은행 업무를 봐야하는 상황이라면..

예전에는 은행 업무를 보러 갈 수 있는 시간대가 딱딱 정해져 있다. 

약간 늦게 출근하면서 은행을 들른다던지, 회사 점심 시간에 은행을 들른다던지 하는 형태로 일정을 잡을 수가 있는데..


백수가 되고 나서는 은행 업무를 보러 가려고 하면... 그냥 아무 때나 갈 수 있다....

이 아무 때나라는게 참 아이러니한게.. 은행을 한번 가려고 하면 뭔가 엄청난 저항감을 이겨내서 길을 나서야 한다.

즉, 예전에는 기왕 회사는 가야하니까..혹은 회사 간 김에 은행을 들르는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온전히 은행을 가기 위한 별도의 TASK 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작에 처리했어야 할 은행업무를 1주일째 처리도 못하고 미적거리고 있다 -_-;

아파트 관리비도 내기 귀찮아서 아직도 미적미적..;;

아마 조만간에 GTD 를 다시 사용하지 싶다.

( GTD 참고 자료 - http://no-smok.net/nsmk/GettingThingsDone )


2. 우리나라의 다양한 복지제도 - 있는 사람들만 챙겨먹는다

영통 보건소를 갔더니 아토피 관련해서 종합병원 전문의를 주기적으로 초빙해다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예약을 하고 갔더니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 보다 훨씬 더 친절하고, 진료 및 상담도 한 30분 정도를 받았다. 

그리고 나서 진료비로 500원을 내고 나왔다.

내 평생에 의사랑 면담(?)을 하고 이렇게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괜찮았다. 


거기에 아토피 관련해서 주거 환경을 무.료.로. 진단해서 무.료.로. 개선 활동(도배나 개보수 등등)을 해주는 정책도 있었다.

참여자 명단을 보니..영통에.. 비싼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이 .... 취약계층으로 해당 정책을 신청하셨던데...


문득 드는 생각이 정말 취약계층은 평일에 이렇게 보건소에 와서 한가하게 진료를 받을 시간도 없을 뿐더러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도 알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건소의 이런 행사 말고도 좀 찾아보면 시청이나 평생 교육원등에서 진행하는 무료 강좌나 행사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죄다 .. 사람들이 제대로 못 챙겨먹는 거 같다. 


물론 난 바빠서 안챙겨 먹는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거니..;;


3. 생각보다 생활비가 얼마 안든다 - 백수 생활 장기화 조짐

이건 케바케이긴 한데..미취학 아동 2명이 있는 우리집의 경우에는 내가 회사를 관둔 이후로 생활비가 거의 들어가질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나가는 보험료와 관리비. 병원비(그나마 보건소에서 상당수 해결), 식재료비(원래 외식을 잘 안하고 집에서 다 해먹어서...)

가끔 놀러갈 때 기름값과 톨비 정도?... 


각종 연극 공연 티켓은 마눌님이 구하는 루트가 있는데..-_-;; ...몇 천원 수준에서 잘도 구해오신다.;;

주말마다 애랑 그런 공연 보러 다니고.. 무료로 개방하는 각종 행사 놀러다니고 하니.. 나름 만족스럽다.

금액적으로 보면 월 100만원~150만원 선에서 다 해결이 된다. (내 전화비와 매일 사먹는 커피값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 ) 


원래 일 전혀 안하고 한 2년은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 상황으론.. 훨씬 더 긴 기간을 놀 수도 있을 것 같다..ㅋ..

거기에.. 회사 관두기 전후로 지금 약 1달..넘게 맨날 어디 불려나가서 얻어먹고 있다 -_-;;;;...

위염이 몇년 만에 재발했다..;;;


4.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진 않았다 - 대신 방식이 바뀌었다

회사를 관두면 애랑 더 많이 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절대 시간이 늘진 않았다. 회사 다닐 때도 원체 애랑 많이 놀았던 터라.... 

딱히 백수가 되었다고 더 많이 놀거나 하진 않는다. 어차피 낮엔 애도 유치원에 가야하고..;;;; 저녁 8시면 애가 잠들어 버리는 통에..;;


대신 에버랜드를 가는 횟수는 좀 줄었다. 연간 회원권이 9월까지긴 한데.. 가면 분명 이것저것 사먹고 하느라 몇 만원씩 쓰고 올터라..

의도적으로 그냥 동네 놀이터에 가서 같이 노는걸 선호한다 ㅎㅎ

이것도 나름 재미난 것 같다. 동네 놀이터에 비밀 기지도 만들어주고.. 총알 모아두는 창고도 만들어두고..;;

그리고 집에서도 스크래치 주니어 같은걸 딸 아이랑 같이 해보는데 꽤나 재미있다. 

(스크래치 주니어 링크 - http://www.scratchjr.org/)


기존에는 막연히 오래 같이 놀아주는데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정말 더 재미있는게 뭘까를 생각하면서 놀아주게 된다.

그러니까..음.. 애랑 놀아주는게 .. 말 그대로 '놀아주는' 일종의 TASK였다면, 이제는 그냥 같이 '놀자' 라는 개념이 되었다고 할까...



5. 그래서 행복한가? - 다들 궁금해 하는 질문

생활의 소소한 모든 일들이 모두 내 통제 아래에 있다는 느낌이다. 

특히나 경제적으로도 당분간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일이 없는 상황이라 더더욱 독립적인 개체로서의 자존감? 같은게 좀 생긴거 같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안해도 되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마눌님이 시키는..청소나 빨래나 그런건... 예외)


오늘 낮에 햇빛이 화창하고 바람도 따뜻하고...

큰 애는 유치원에 가 있고, 

방긋방긋 웃는 둘째는 누워서 바둥거리고,

마눌님과 둘이서 아이스 커피에 치즈 케익을 거실에서 나눠 먹었다.

정말 별 것 아닌데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 


이제 고작 백수 생활 3주차지만 상당히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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