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념이란 늘 상대적인 것이다. 퇴직을 몇번 경험해본 사람은 '그깟 퇴직 그냥 하면 되지 뭘 그렇게 폼잡냐?' 라고 할 수도 있고, 나처럼 대학 졸업 이후 줄곧 한 회사에 몸 담은 사람에게 퇴직은 꽤나 큰 일이다. 무려 10년. 내 인생에서 이렇게 오래 한 조직에 몸을 담은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도 6년인데 ..-_-;) ... 그렇게 오래 몸담은 조직에서 벗어나는데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느낌을 상세히 묘사해보면... 일단 퇴사를 결정하고 마눌님께 최종 허락을 받고나니 .. 난감함이 몰려왔다. 인사팀과는 어느정도 이야기가 되서.. 최종 결심이 서면 알려달라고 미리 이야기는 들은 상태이긴 했다. 


첫번째로 드는 생각은 '이걸 상사에게 어떻게 이야기하지?' 라는 거였다. ... 

메신저로 '저 퇴사할꺼에요' 라고 말해야 하나?

아니면 자리로 가서 '저.. 퇴사하려고 하는데요...' 라고 말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시스템에서 퇴사 신청하고 메일로 보내야하나? ...


태어나서 뭔가를 중도에서 관둔다는 이야기를 처음해보니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감이 안왔다 -_-

그것도 유닛장과 파트장에게 둘다 이야기 해야 하는데 그 2분의 자리가 마침 딱 붙어 있어서......


결국 각기 메신저로 이야기좀 하자고 해서 직접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2잔 연속으로 마셔야 했다.. )




2. 퇴사를 한다고 하니 정말 의외라는 사람들이 많다. 그냥 조용히 정년퇴직때까지 이 회사 붙어 있을 사람으로 보였나보다. 사실 나도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이 많은 연봉을 받으며.. 이렇게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정년까지.. 아마 살아가면서 직장 내 스트레스는 좀 있겠지만 그 정도의 스트레스는 세상 어디를 가나 있는 것이고, 자식들 커가는 것 보면서 좋은 학원 보내고, 학교 보내고.. 좀 무리하면 유학도 자유롭게(?) 보낼 수 있다. 

거기에 애 엄마가 동네 아줌마들과 교류하면서 남편이 삼성전자 직원이라는게 알게모르게 프리미엄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_-; ... 나나 애 엄마나 하고 다니는 옷 차림이 좀 남루한데 ..-_-;;... 처음에 남편 직장을 모를땐 아줌마들이 무리에 안 끼워주려고 했다고 한다..헐.. .. 간판으로서도 꽤 괜찮은 거였다.


암튼 그냥 적당히 한평생 살아갈 수도 있었는데.. 그리고 그게 제일 합리적인 선택으로도 보여지는데...무작정 퇴사를 하니 의심스러운 눈초리가 정말 많다.

- 창업, 이직, 로또, 부동산/주식 대박, 등등.... 

직장을 관두고도 생계를 이어나갈 대박의 무언가가 터졌기에 관둔게 아니냐 라는 눈초리다. 반대로 이야기 하면 이정도의 큰 대박 무언가 정도는 되야 이 회사를 관두는 기회 비용을 감당한다고들 생각하는 것 같다.



솔직히 나도 아깝다 -_-;


3.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좀 명확해진 부분은 ... '제주도 이주' 정도 인것 같다.  이 말을 딱 꺼내면 다들 반응이... 철없는 어린애를 보는 표정으로들 변하곤 한다 --..언론 매체에서 꿀을 잔뜩 발라 포장한 헛된 제주도에 대한 환상에 빠져서 거기로 가는 철없는 37세 가장...?

뭐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제주도는 갈 것 같다. 짧으면 1년. 길면... 모르겠다..-_-;


그리고 혼자 좀 작업을 해볼 것들이 있다. 혼자서 뭐 할 수 있는게 별로 없겠지만 반대로 혼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오롯히 나의 의지만으로 이루어 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해보려고 한다. 디게 무의미한.. 돈도 안되는 작업들이 다수 목록에 있지만... 나에겐 의미가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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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샤도우 2015.04.06 07:26 신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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