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뉴스를 잘 안보는데, 우연히 지나가다 양동근씨 딸의 호흡정지 기사를 보게 되었다. 다행히 지금은 건강하다는데..

자식의 숨이 멎는다는 건 정말 상상이상의 충격이다. 실제 겪어보니 그냥 막연히 생각하던 거랑은 차원이 틀렸다..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좀 약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양가 집안에 아무도 없는 아토피를 달고 태어났고, 크고작은 질병에 자꾸 노출이 되었다. [각주:1]


그러다가 도서관에 갔을 때 기어코 일이 터졌다. 애가 아침부터 살짝 열이 있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날이 더워서 그런가보다 하는 정도?

도서관에서 애를 안은 채로 책을 보고 있었다. 애는 막 살짝 품에서 잠이 들었다.


근데 갑자기 애가 눈을 번쩍 뜨더니 날 쳐다봤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너무 커서 깬건가 싶었는데... 갑자기 눈동자가 위를 향하더니 눈에 흰자위만 가득하다.

그리고 입에 살짝 거품을 무는가 싶더니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시작한다. 말로만 듣던 간질 환자처럼...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나서 애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혹시나 혀가 말려서 기도를 막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애가 내 손을 꽉 깨무는데.. 어떻게든 혀를 잡았다.


119에 전화를 해야겠는데 애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한 손은 입에 집어넣고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려고 했다.


그런데 한 20~30초 정도 온 몸을 부들부들 떨던 아이가 갑자기 축 처진다. 피가 날 정도로 내 손가락을 깨물고 있던 턱에서도 힘이 빠진다.

품에서 격렬하게 떨던 아이의 고개가 갑자기 푹 꺼진다.


숨을 안쉰다..

아직 몸은 따뜻한데, 호흡이 멈춰서 가슴과 배가 전혀 움직이질 않는다.


정말 그때 심정은 뭐라 설명할 수가 없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쉽게 사람이 죽는 거였나 싶기도 하고,

짧은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직원에게 119 부르라고 외치고, 부랴부랴 흉부 압박도 하고 인공호흡도 하고... 예전부터 머리로만 배웠던 온갖 지식이 막 다 떠올랐다.

다행히 금방 애가 힘없이 눈을 뜬다. 숨도 조금씩 쉰다. 정말 짧은 순간인데.. 진짜 1시간 같은 1분이었다.


정말 살아나줘서 고마웠다.


나중에 알게된 거지만 그건 열성경련이라는 증상인데, 생후 6개월~5세 아이들에게서 생각보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었다. (약 3~5% )

호흡정지까지 가는 일은 좀 드문 케이스긴 하단다..


참고로 열성경련은 급격히 체온이 증가할 때 발생하는데, 애초에 그렇게 체온이 올라가지 않도록 예방하는게 제일 중요하고..

경련이 발생한 상태라면 옷을 다 벗겨서 압박을 다 없애고 미지근한 물로 체온을 낮춰주어야 한다.

그리고 토사물이 나올 수 있으므로 고개는 옆으로 젖혀두는게 좋고, 기도 확보를 계속 해주어야 한다.


그 날 이후 우리 부부는 밤에 애들 잘때 제대로 숨 쉬고 있나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지금도 마루에 있는 화이트보드엔 내가 예전에 내 마음대로 정했던 가훈이 적혀 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


공부 못해도 되고, 엄마 아빠 속 썩여도 괜찮으니 무조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려무나.

  1. 진짜 어릴때 이거 혹시 산부인과에서 애기가 바뀐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했더랬다. 근데 좀 크면서 보니 자기 언니랑 빼다박았다..-_-;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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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1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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