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전 문피아 라는 곳에서 연재되는 판타지나 무협 소설 읽기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 사이트에 연재되는 소설중에서 최고의(?) 극악(?) 난이도를 자랑하는 소설이 한편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

카이첼님이 연재하는 '희망을 위한 찬가' 라는 소설인데요...일종의 현대 판타지 소설 계열입니다..
... 판타지 소설이 어려워봐야..뭐가 얼마나 어려울까.. 설정이 복잡한가..? .. 라고 생각되는 분은..한번 정독 해보시길 권합니다.. (솔직히 읽으면서.. 30~40% 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글자만 읽었습니다..--;;; 저처럼 이공계 출신이라 철학, 인문학쪽 소양이 없으시다면...아주.. 고생도 하고.. 얻는것도 많으실듯..^^;;; )

암튼 그 소설에서 나오는 대목에서 아주 충격을 받았던 부분을 발췌해서 적어봅니다.

"-그리고 나는 가사 일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드물게 남아있는 대자적 노동, 그러니까 자기 완결적 노동이라고 보거든."

"그러니까 소외됨 없는 노동이라는 거야. 보통 현대 사회에서의 노동은 소외된 노동이잖아. 노동의 결과물은 임금으로 노동자에게 지급될 뿐, 노동의 결과물 자체가 노동자와 연관을 맺는 경우는 그다지 없어. 제조업이든 사무실이든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지. 그래서 대부분의 노동은 자기 실현이기 보다 자기 억제의 형태를 띄게 되지."

"그렇지만 나는 모든 노동은 피그말리온적인 성격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피그말리온은 스스로의 노동을 통해 자신의 반려를, 가장 완벽한, 이상적인 타자를 만들어내지. 그건 자기완결적 노동이야. 노동의 본질은 실제로 그러한 거고, 인간은 세계를 대상으로 자신을 '노동'이란 수단으로 투사하고, 그 실현된 결과물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돌이켜 보는 거야. 즉자가 대자로 전환되는 거지."

그리스 신화 가운데 나오는 피그말리온은 볼품없는 외모의 조각가다. 그는 조각을 통해 아름다운 여성의 상을 만들어 내는데, 그는 그만 그 조각상의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는 매일 밤 신에게 자신이 조각한 여성에게 생명을 깃들여 주길 기도하고, 신은 마침내 족가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피그말리온의 반려가 되도록 한다. 완벽한 자기충족적 노동의 신화적 양태. 여기서 피그말리온은 자신의 노동과 가장 아름다운 대자적 결합을 이룬다.

"이것은 인간을 인간이도록 하는 가장 소중한 작업이기도 해. 왜냐하면 이러한 노동의 과정을 통해 개인은 스스로의 모습을 진정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니까. 이것이 충실히 이루어질 때, 사람은 외부에 대고 '나는 누구인가?'를 물을 필요가 없게 되지. 노동을 통해 가장 완벽한 타자를 얻을 수 있으니까 굳이 다른 타자에 기대지 않아도 좋게 되는거야. 그때 인간은 자존할 수 있다."

은결은 말을 잇는다. 정체성은 쌍무적이다. 그것은 '너는 누구다'라는 외부의 규정과 '나는 누구다'라는 내부의 규정으로 이루어진다. 노동은 그 양 측면에서 대답을 얻게 하는 행위다. 개인은 노동을 통해 사회 가운데 자신의 위치를 얻게 된다. 그러나 노동이 무엇보다 스스로를 돌이켜 보게 하는 행위라는 것은, 그 노동에서 소외되지 않을수록 '나는 누구다' 라는 자기 규정을 확고히 가질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나는 누구다' 라는 자기 규정을 확고히 가지고 또한 실청하는 것이 다름 아닌 자기 실현이다.

그러나 노동에서 소외되고, 그래서 노동이 고통스럽게 된다면, 자아는 자기에 대한 규정을 외부에 기대게 된다. 그는 스스로를 규정할, 세계에 실현된 자기 노동의 결과물의 모습을 모른다. 그래서 그는 모든 다른 타자를 지배하고자, 주인이 되고자 달려들게 된다. 모든 자아는 본디 그러한 성향을 가지지만, 그것이 한층 심화된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노동의 물화된 양태인 돈, 명예, 지위 등에 집착게 된다. 그것만이 노동의 실현이다. 그래서 타자에게 주인으로 섬김 받기 위해, 그리하여 그 섬김의 노예가 되고 말도록.

"그런 의미에서, 내가 열심히 청소하면 집이며 옷이 깨끗해지고, 내가 열심히 만들면 가족들이 기뻐하며 음식을 먹는 광경을 볼 수 있는 가사 노동은, 자본이 채 포섭하지 못한 자기 완결적 노동의 가장 일상적인 실례가 아니겠어? 여기에는 소외가 없지.."


--- 중략 ---

"그래 나는 모든 노동은 예술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지금은 소외된 노동 마저도 사라지고 있지. 제레미 리프킨의 책 제목처럼, '노동의 종말'이 다가왔다 싶을 정도인걸. 당당한 '나는 누구다'라는 자기 규정은 커녕 소심한 '너는 누구다'라는 규정도 얻을 수 없어. 하지만... 스스로에게도, 사회에게도 인정받을 수 없는 자아의 갈 곳이란 어떤 것일까?"

--- 중략 ---

"...잘 들었어. 그런데 네가 말한 자기충족적 노동을 실현했다고 했을 때, 그것이 현실에 드러나는 모습은 오타쿠와 뭐가 다르지?"


자..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

그럼 위의 가사 노동이라는 개념을 블로깅으로 바꾸어서 다시 읽어보시면 어떤가요??

물론 요즘엔 Adsense 가 추가되면서 블로깅에도 어느정도 자본의 개념이 들어오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블로그가 추구해야 할 방향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 글을 읽고.. 제 블로그에 있는 Adsense 를 없애보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흠.. )

p.s .. 희망을 위한 찬가를 읽어보시면.. 얻는게 꽤 많습니다.. 이기적 유전자, 도스토예프스키, 등등등...평소에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분야들에 대해서.. 맛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겠더군요.
  1. Favicon of http://affinity.tistory.com BlogIcon [緣]affinity 2007.08.25 20:48 신고

    어려워요. ㅠㅠ

    • Favicon of http://blog.magicboy.net BlogIcon Magicboy 2007.08.28 13:52 신고

      결국.. 블로그가 자아실현의 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정도로 혼자 이해하고 있습니다..^^;

  2. Favicon of http://egoing.net BlogIcon egoing 2007.09.12 10:30 신고

    흥미로운 내용이군요.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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